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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근골격계

신호수는 손짓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크레인 신호수의 팔꿈치 산재 승인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수백 톤의 선박 블록을 옮기는 조선소. 그 아찔한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크레인 신호수’는 어떤 일을 할까요? 많은 분들이 무전기를 들고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는 모습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노동은, 그 신호를 보내기 전후에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12년간 크레인 신호수로 일해 온 근로자의 팔꿈치 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를 통해, ‘신호수’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강도 높은 육체노동의 실체와 그로 인한 직업병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Ⅰ. 사건의 배경

의뢰인은 약 15년간 조선소에서 도장공으로 일한 후, 12년간 크레인 신호수로 직무를 전환하여 근무해 온 성실한 근로자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물건을 들기조차 힘들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우측 외측 상과염’, 흔히 말하는 ‘테니스 엘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Ⅱ. 사건의 쟁점 및 해결방법

1. 쟁점: ‘신호’가 아닌 ‘체결’, 숨겨진 진짜 업무를 찾아라

이번 사건의 핵심 과제는, ‘신호수’라는 직업명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넘어, 실제 수행하는 육체노동의 강도를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신호를 보내는 동작만으로는 팔꿈치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2. 해결방법: ‘샤클 체결’ 작업에 숨겨진 위험성을 분석하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크레인 신호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핵심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샤클 체결 및 해체’ 작업입니다.

샤클은 수십, 수백 톤에 달하는 선박 블록을 크레인 고리에 연결하는, 거대한 쇠고리입니다. 이 샤클 하나의 무게는 작게는 수십 킬로그램에서 크게는 수백 킬로그램에 달합니다. 신호수는 크레인으로 블록을 들어 올리기 전, 이 무거운 샤클을 직접 옮기고, 블록에 연결된 와이어로프를 샤클에 끼운 뒤, 거대한 핀을 망치로 두드려 박아 단단히 고정해야 합니다.

이 ‘샤클 체결 및 해체’ 작업은 팔꿈치에 최악의 부담을 주는 동작들의 연속입니다. 무거운 망치를 들고 핀을 반복적으로 내리치는 동작, 뻑뻑한 핀을 풀기 위해 온몸의 힘을 실어 스패너를 돌리는 동작 등은 손목과 팔꿈치 바깥쪽 힘줄에 과도한 충격과 비틀림을 가합니다.

즉, 의뢰인의 팔꿈치 질환은 단순히 신호를 보내다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12년간 매일같이 반복된 무거운 샤클과의 사투, 그리고 망치질과 스패너 작업이 팔꿈치 힘줄에 미세한 손상을 누적시켜 결국 ‘외측 상과염’을 유발했다는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주장했습니다. ‘신호’는 의뢰인 업무의 일부일 뿐, 진짜 고된 노동은 그 이면에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Ⅲ. 사건수행 결과

위원회는 의뢰인이 비록 ‘신호수’라는 직책으로 근무했지만, 실제로는 샤클 체결 및 해체와 같은 고강도의 육체노동을 수행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측 외측 상과염’은 업무상 질병으로 최종 승인되었습니다. (단, 함께 신청한 ‘우측 척골 신경 증후군’은 의학적으로 상병 상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Ⅳ. 산재전문노무사 의견

이번 사례는 산업재해를 판단할 때, 직업의 명칭이 아닌 ‘실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강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많은 분들이 ‘신호수’, ‘관리자’ 등 비교적 육체적 부담이 적어 보이는 직업명 때문에 산재 신청을 망설이곤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름표 뒤에 가려진 진짜 노동의 무게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근로자의 하루 일과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위험 요소를 찾아내어 질병과의 과학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근로자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드리는 저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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