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에 ‘사고(S) 코드’가 있는데, ‘질병’ 산재로 승인된 이유
진단서에 ‘사고(S) 코드’가 있는데, ‘질병’ 산재로 승인된 이유
진단서에 ‘사고(S) 코드’가 있는데, ‘질병’ 산재로 승인된 이유
“일하다 다쳐서 병원에 갔더니, 진단서에 S83.29라는 코드를 받았습니다. 사고(S) 코드이니 당연히 업무상 사고로 산재 신청을 하면 되겠죠?”
산재 상담을 하다 보면, 이처럼 진단서에 기재된 질병 코드(S코드/M코드)의 의미에 대해 혼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S코드(상해 및 특정 외인에 의한 결과)가 있으면 ‘사고’로, M코드(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가 있으면 ‘질병’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노무법인 이산에서는, 무릎 진단서에 명백히 ‘사고(S) 코드’가 기재되어 있었음에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한 형틀목공의 사례를 통해, 진단 코드 너머에 있는 산재 인정의 진짜 기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Ⅰ. 사건의 배경
의뢰인은 오랜 기간 건설 현장에서 형틀목공으로 일해 온 성실한 근로자였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무거운 자재를 나르고, 무릎에 부담이 가는 자세로 작업을 반복한 결과, 오른쪽 무릎과 손가락에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병원에서는 ‘우측 무릎 슬내장(내측 반월상 연골 파열)’과 함께 ‘우측 제3, 4수지 방아쇠 수지’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손가락은 질병(M) 코드를, 무릎은 사고(S) 코드를 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Ⅱ. 사건의 쟁점 및 해결방법
1. 쟁점: S코드 vs M코드, 진단 코드의 함정
이번 사건의 핵심 과제는, 같은 근로자의 몸에 공존하는 S코드(사고)와 M코드(질병)를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할 것인가였습니다. 특히 뚜렷한 사고가 없었음에도 무릎에 S코드가 부여된 상황은, 자칫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위험한 신호였습니다.
2. 해결 방법: ‘낡은 밧줄’의 비유로 본 질병의 실체
이러한 상황은 ‘낡은 밧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무게를 버티며 삭을 대로 삭은 밧줄은, 아주 가벼운 충격에도 ‘툭’하고 끊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밧줄이 끊어진 원인이 마지막에 가해진 ‘가벼운 충격(사고)’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누적된 ‘삭은 상태(질병)’일까요?
∙S코드가 기재된 이유
의뢰인의 무릎 연골은, 20년 넘는 형틀목공 업무로 인해 이미 닳고 약해진 ‘낡은 밧줄’과 같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일상적인 작업 동작 중 통증이 유발되자, 의사는 그 마지막 동작을 계기로 보고 사고(S) 코드를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산재 심사의 진짜 기준
하지만 산재 심사 실무에서는 진단 코드보다 MRI 등 영상 자료에 나타난 ‘의학적 소견’을 더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만약 S코드가 부여되었더라도, 영상에서 급성 파열의 증거 없이 오래된 퇴행성 변화만 관찰된다면, 이는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판단합니다.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의 접근
많은 근로자분들이 S코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사고’로 산재를 신청했다가, 급성 소견이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되곤 합니다. 이번 사건의 접근 방식은, S코드라는 이름표에 얽매이지 않고, 의뢰인의 질병의 본질이 장기간의 업무 부담으로 인한 업무상 ‘질병’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형틀목공의 무릎 부담 자세와 과도한 중량물 취급이 어떻게 20년간 무릎 연골을 마모시켰는지를 집중적으로 주장했습니다.
Ⅲ. 사건수행 결과
위원회는 의뢰인의 무릎 상병에 S코드가 부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장기간의 업무 부담으로 인한 퇴행성 질환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측 무릎 슬내장(내측 반월상 연골 파열)’과 ‘우측 제3수지 및 4수지 방아쇠 손가락’ 모두 업무상 질병으로 최종 승인되었습니다.
Ⅳ. 산재전문노무사 의견
이번 사례는 산재 신청 시, 진단서의 질병 코드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S코드와 M코드는 질병을 분류하는 하나의 기준일 뿐, 산재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질병 상태를 보여주는 MRI와 같은 객관적인 의학 자료의 실체와, 그 상처를 만든 나의 지난 노동의 역사입니다. 특정 사건 이후 통증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섣불리 ‘사고’로만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이면에 수년, 수십 년의 고된 시간이 숨어 있다면, 그것은 ‘질병’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