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 30년 근무 후 발생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역학조사 부정 의견에도 산재로 인정받다
자동차 공장 30년 근무 후 발생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역학조사 부정 의견에도 산재로 인정받다
자동차 공장 30년 근무 후 발생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역학조사 부정 의견에도 산재로 인정받다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시작해 도장검사까지, 30년 넘게 한 공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근로자. 퇴직 후 찾아온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 앞에서 그는 평생 마셔온 배기가스와 시너 냄새를 떠올렸습니다.
역학조사에서 업무 관련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를 뒤집고 산재를 인정하였습니다. 이번 사례는 전문기관의 부정적 역학조사 결과에 맞서 업무 관련성을 끝까지 주장하여 산재로 인정받은 이야기입니다.
Ⅰ. 사건의 배경
신청인께서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입사하여 약 30년간 의장 조립, 의장 수정, 샌딩 및 폴리싱, 도장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퇴직 후 건강 검진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았으며, 주치의는 페인트 노출로 인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신청인은 근무 기간 동안 벤젠, 포름알데히드, 1,3-부타디엔 등 혈액암 유발과 관련된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의장 조립 과정에서는 시너 통이 항상 열린 채로 작업장에 놓여 있었고, 부품의 유분기를 제거하거나 바닥을 닦는 과정에서 수시로 시너를 사용하였습니다.
도장 검사 업무 시에는 고온 건조를 마친 차량이 바로 검사장으로 들어오는 구조였으며,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배기가스와 유해물질에 상당량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Ⅱ. 사건의 쟁점 및 해결방법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역학조사 전문기관이 업무 관련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전문기관은 각 공정별 시너 사용량과 빈도가 적었고, 측정된 벤젠 농도도 낮아 30년간 근무하였더라도 유해물질의 누적 노출량이 적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맞서 다음과 같은 논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신청인이 근무를 시작한 초기 시절에는 시너 내 벤젠 함유량이 현재보다 훨씬 높았으며, 벤젠 노출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 시기에 장기간 노출된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의장 조립 공정에서 시너 통이 상시 개방된 환경에서 작업하였고, 인근 공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와 유해물질에도 간접 노출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인 작업 환경 자료와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아울러 신청인의 가족력이 없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 관련 주요 개인적 위험 요인도 확인되지 않아, 직업적 노출이 발병의 실질적 원인이 되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Ⅲ. 사건수행 결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역학조사 전문기관의 부정적 의견과 달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신청인이 약 30년간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의장 조립, 의장 수정, 샌딩 및 폴리싱, 도장검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1,3-부타디엔 등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관련된 유해물질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초기 조립 업무 당시 시너가 상시 개방된 환경에서 부품 세척 등에 수시로 사용된 점, 이후에도 자동차 산업에서 벤젠이 지속적으로 사용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 위원 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그 결과 신청인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고,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Ⅳ. 산재전문노무사 의견
이번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전문 역학조사 기관이 업무 관련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이를 뒤집어 산재를 인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역학조사 결과는 중요한 참고 자료이지만, 그것이 최종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작업 현장의 실제 노출 환경, 당시의 시대적 기준, 그리고 개인의 발병 경위를 종합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역학조사의 빈틈을 메울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으니 안 되겠구나'라고 포기하는 순간, 정당한 권리는 사라집니다. 데이터 너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입증하는 것, 그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